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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관련

[뉴스핌] 관피아 먹이사슬 만들어준 국회

[뉴스핌=고종민 기자] 세월호 사고의 일차적인 책임은 선장이다. 그 다음은 초기 구조활동에 실패한 정부다. 무책임과 무능으로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얘기다. 

여기에 국회와 정치권도 그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 회가 국정조사와 국정감사를 철저히 했다면  부정부패와 비리의 단초를 잡고 끊어낼 수도 있었다는 게 국회 안팎의 시각이다. 모피아 금피아 산피아 등에 이어 지난해 전력난 사태를 겪으며 ′원전마피아′까지 드러났다. 그럼에도 국회는 여전히 정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검은 고리를 끊지 못했다.

◆정부·민간기관·국회의 야릇한 커넥션

세월호 사고로 시야를 좁혀보면 정부와 국회의 과오는 더 명확해진다. 세월호 같은 노후 선박을 수입하고, 은퇴해야할 선박의 사용연한을 늘려주고, 화물을 더 실을 수 있도록 구조변경까지 허가했다. 이 과정에 브레이크를 거는 국회는 없었다. 
 
이명박 정부는 ▲ 선령규제완화(20년→30년) ▲ 해운중개업 및 선박대여업 등의 면허·등록·감독 등에 대한 국토해양부 장관 권한을 지방해양항만청장에게 위임 ▲ 해운사 과징금 납부 기한 연장 및 분할 납부 등으로 바꿨다. 이는 해운사와 한국선급(선박 안전진단) 및 해운조합(선박 탐승인원·적재화물 확인, 안전관리 감독 등)에 불법 행위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지난 1월 해양수산부가 "해상교통안전진단 대상사업을 꼭 필요한 사업에만 적용하도록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내항 화물선 선장이 안전 관련 부적합 사항을 보고할 의무를 폐지했다.

이 과정에서  ′해피아(해수부+마피아)′가 암약했다. 민간기관인 선박안전기술공단·한국선급·해운조합 등에서 요직을 꿰차고 부실·불법·위법 행위를 부추긴 행태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현재 해수부·선박안전기술공단·한국선급·한국해운조합·한국선주협회 등의 비리커넥션 수사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은 2009년부터 선주협회의 지원을 받아 외유를 다녀왔다. 선주협회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박상은·정의화·김희정·이채익·주영순 새누리당 의원 5명이 4박5일 일정의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항구·싱가폴의 싱가포르항구 시찰을 다녀왔다.

다만 김희정 의원실 관계자는 "일각에선 크루즈 시찰로 말하고 있으나 그런 배를 타지는 않았다"며 "경비 역시 자비를 내고 일부 지원을 받은 것이며, 큰 액수를 받은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올해엔 박상은·김무성 의원 등 여당 의원 5명이 중동에 다녀왔다. 호텔비·항공료 등으로 국회의원 1인당 1000만원 이상의 경비가 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출 장을 다녀온 의원들은 ′보답성′ 입법에 나섰다. 대표적인 법안이 해운법 개정안이다. 박상은 의원은 지난 2010년 연안 여객선 선박 건조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하고, 여객선 안전운항 점검을 정부가 해운조합에 위탁하면서 비용까지 일부 지원하도록 했다. 이 개정안은 2012년 5월 다른 해운법과 병합, 본회의를 통과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도록 국회가 허용했고, 이로 인해 해피아의 힘은 더 세졌다.
2014-05-04 09:00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