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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게시판

[미디어오늘] ‘막말’ 평론가, 뉴스 진행자로 변신한 그 때 그 정치인들

김은혜·이윤성 등 시사뉴스프로 진행자, 진성호·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은 ‘정치평론’.

종합편성채널 출범 이후 달라진 풍경이 있다. 점심이나 낮 시간 식당에 들어가면 TV에서 계속 뉴스가 나온다는 것이다. 종편이 그 취지와 무색하게 낮 시간대 종일 뉴스 프로그램을 편성하면서 생긴 결과였다. 말이 뉴스프로그램이지 진행자 한 두 사람과 정치평론가, 모 연구소장 등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시사대담 프로그램’이 대다수이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에서 정치평론가 이름을 걸고 나오는 사람들, 혹은 정치평론가가 아니더라도 방송에 고정으로 출연해 평론이나 논평을 하는 이들 중 전직 정치인들이 상당수 있다. 심지어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해야 할 뉴스프로그램의 진행자조차 전직 정치인들인 경우가 있다. 진행자가 프로그램 주제와 방향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우려스러운 시선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미디어오늘이 전직 정치인 출신으로 종합편성채널 등 방송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분석했다.

 



전직 정치인에 진행과 패널까지… 정치-언론 경계 무너진 종편

특정정당 출신 평론가, 정부여당편향 발언 일색 “인지도 높여 정치복귀 무대로 활용”

미디어오늘이 종편 4사와 tvn, KBS 등의 진행자, 고정 패널을 분석한 결과 15명에 달하는 전직 정치인(의원, 캠프 인사. 청와대 수석 등)들이 뉴스 및 시사프로그램 등의 진행자 혹은 ‘평론가’ 역할로 고정 출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두고 종편 등의 시사프로그램이 전직 정치인들의 복귀 무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2일 첫 방송된 MBN <뉴스&이슈> 진행자 김은혜씨는 2008년 2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청와대 외신담당 대변인을 맡았다. 국회부의장까지 했던 이윤성 전 한나라당 의원은 MBN 주말뉴스 앵커와 <시사토크 두루치기> 진행자로 복귀했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채널A <이동관의 노크> 진행을,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채널A <서세원 남희석의 여러 가지 연구소> 고정패널과 tvn <쿨까당> 진행을 맡았다. 이명박 정부 때 정무수석비서관을 했던 김효재 전 한나라당 의원은 TV조선 <김효재의 직구> 고정패널을 맡고 있다.

유정현 전 한나라당 의원은 채널A <초고속 비법쇼 돈 나와라 뚝딱> 방송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지금 생각해보니 돌아올 고향이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종편 4개가 탄생했는데 참 감사하다는 느낌이다. 국회에서 잘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종편 등 방송프로그램이 이명박 정부 인사들의 퇴직 후 일자리가 돼 버린 꼴이다.

고정 패널로 활동하는 이들은 정치 혹은 시사 이슈에 대해 논평한다. 진성호 전 한나라당 의원은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황금펀치> 등에서 활동하면서 정부여당에 유리한 발언, 야권을 비판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북한도 철도파업에 대해 성명을 냈다. 정말 한 목소리다”, “(야당이) 김영오씨를 비례대표 같은 곳에 공천줄 수도 있다”, “(일베의) 폭식농성도 표현의 자유고 시위의 방법” 등.

시사프로그램은 물론 각종 예능에서 활약하는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도 “안철수 법안에 아무도 사인 안 해줄 것” “그냥 박원순이 한 거니까 꼴보기 싫은 거에요” 등의 발언을 하며 안철수·박원순 ‘킬러’ 역할을 맡고 있다.

강용석 전 의원은 JTBC <썰전> 방송 중에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배우 이보영씨 연기를 칭찬하면서 “여배우들이 변호사 같이 지적인 역할을 할 때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목소리에 힘을 팍팍 준다. 이를 테면 박영선 의원 같은 목소리”라며 “박영선 의원이 억지로 하는 지적인 목소리”라고 말했다.

강 전 의원은 “실제로 똑똑한 변호사들 보면 약간 엉뚱하다”며 조윤선 정무수석과 나경원 의원을 예로 들었다.

종편 프로그램의 대다수가 시사대담 프로그램으로 채워져 있고, 종편의 논조가 특정 정치세력에 편향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특정 정치세력에 몸 담았던 ‘전직 정치인’들이야말로 가장 좋은 패널이다.

따라서 종편에 야권 인사들이나 전직 민주당 인사들이 출연한다고 해도 이들은 대개 야권에 쓴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JTBC <뉴스콘서트>에 고정출연한 조순형 전 민주당 의원은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헌법 공부를 더 해야 한다”, “김한길 지도부가 초선 의원들을 불러다 놓고 군기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천년민주당 정책부의장, 당무위원 등을 맡았던 황장수씨는 TV조선 뉴스9에 출연해 “야권 집권 기간 확실한 간첩을 잡아도 수사 방해를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국정원은 모든 정권 때 다 정치개입을 했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노무현 대선후보의 부대변인, 문재인 캠프 전략단장을 맡았던 민영삼씨는 MBN <시사마이크>에 출연해 “(김영오씨)가 강성노조라 할 수 있는 금속노조 오너로 밝혀져 (단식의) 진정성이 훼손되는 단계를 넘어 진영 간 대결의 아이콘이 됐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채널A <쾌도난마>에 출연해서는 “민주당 대선 패배의 원인은 후보를 잘못 뽑아서”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런 이들이 방송에 출연할 때는 정치경력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황장수씨는 ‘미래경영연구소장’, ‘숭의여대 겸임교수’ 등의 타이틀을 달고 방송에 출연한다. 민영삼씨는 정치 이력대신 ‘포커스컴퍼니 전략연구원’으로 소개된다. 정동영후보 언론특보로 뉴스Y, 채널A 시사프로에 고정출연하는 황태순씨는 ‘정치평론가’로 등장한다.

김창룡 인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정치권과 언론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져버린다는 점으로, 견제와 감시 역할이 무너진 것”이라며 “정치적 인사들은 방송을 할 때도 뚜렷한 목적이 있기에 공정하기 어렵다. 방송을 통해 높아진 인지도를 가지고 정치활동을 다시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종편 자체가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생겨난 매체이기에 이런 정치 인사들을 의도적으로 출연시키거나 패널, 진행자를 맡겨서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고 본다”며 “시청자 입장에서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서비스”라고 강조했다.